Book- 2012년, 100권 책읽기 005.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2012/02/11 04:36 by herenow

005.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2012년 100권 읽기 프로젝트 5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2008~9년도 정도로 추정되는 해에) 마트 쇼핑을 하다 폭등한 식료품 가격에 욱 한 미국 공립학교 교사 부부가 시작한, '(한 사람당)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에 관한 책이에요. 이들의 애초 목적은 돈 좀 아껴보자였지만, 공립고등학교 교사들이자 사회정의와 시민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채식주의자들인 부부들답게, 1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중 음식과 사회시스템, 건강과 빈곤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한 달간의 1달러 프로젝트가 끝난 후 피폐해진 건강과 (넵.. 하루 1200여원으로 한 달간 먹고 산 후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많이 상했습니다.) 빠신 살을 어느 정도 보충하고 난 후, 이들은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푸드 스탬프(미국에서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음식쿠폰 같은건가봐요.)와, 푸드스템프 사용 예시로 정부가 제시하는 알뜰식단계획으로 한달 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당) 하루 2.5~3달러로 건강한 식단 만들기'. 그러니까 책 속에는 총 3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이들 부부는 30이 채 안 된 젊디젊은 네티즌들이라, 블로그를 개설해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시시콜콜하게 보고했다고 해요. 흔한 네티즌들의 일상일기 정도로 생각했던거죠.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이래저래 입소문이 나다 갑자기 뉴욕타임즈 기자가 전화해서 '댁들을 스타로 만들 예정'이라 시큰둥하게 한마디 던지며 1달러 프로젝트 기사를 쓴 이래, 수많은 언론에 소개되며 그네들의 블로그가 갑자기 유명해졌다네요.(라고 책에 쓰고 있는데, 제가 미쿡에서 블로그질을 하지 않았기때문에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이 책은 그 블로그의 글들을 재편집한 내용인 듯 싶어요.

책은 꽤 재미있어요. 부부가 번갈아가며 한 편씩의 글을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부부의 성격이 다른 만큼 글의 질감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근데 이게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남편인 크리스토퍼는, 사회정의와 시민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진 풍성한 몸집의 남자로, 페스트푸드를 사랑하고 단 간식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만, 채식주의 친구 앞에서 보란듯이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던 악동이 어느순간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가 소, 돼지를 먹다니 모순이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채식 관련 글들을 열심히 읽다 완전 비건(우유, 달걀도 안 먹는 채식주의.)으로 전향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키시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남자에요. (그래봤자 단 간식 못 끊는 건 끝까지..) 그의 글은 공적인 느낌이에요. 사회정의니 빈곤이니 음식산업의 문제점이니 하는 내용들이 자주 출몰하죠. 실제로 프로젝트를 충동적으로 시작한 것도 그였고, 프로젝트 시작 전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아 읽고 각종 강연등에 참가하며 관련 지식을 쌓는 것 부터 하는 성격이니 글 속에도 그것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거죠.

반면 부인인 케리의 글은 사적인 느낌이 강해요. 남편의 충동질에 반은 휩쓸리고 반은 동의하며 시작한 프로젝트건만 결국 장보는 것과 거의 대부분의 요리를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젊은 맞벌이 주부이자, 꽤 날씬한 몸매의 여성이면서도 습관적으로 다이어트에 신경쓰고 그러면서도 먹고 싶은 것을 풍족하게 먹고 살다가 졸지에 반 기아상태가 되어 하루 내내 음식생각만 하게 되는 젊은 여성이 겪는 고생이 글 속에 잘 담겨있죠. 물론 그녀 역시 어릴 때 부터 끊임없이 채식을 시도했었고 (결국 크리스토퍼를 만나서 채식주의자가 되는데 성공.) 시민운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글이 깊이가 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식료품비를 줄이기 위해 텃밭가꾸기에 매진하거나, 건강한 음식을 최대한 싼 값에 친구들과 주변인들에게 대접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는 젊은 여자가 쓴 글 답게 1달러 프로젝트가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더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글이라는 쪽에 가깝죠. 전 남편 글 보다 부인 글이 더 재미있었어요. 비슷한 또래의 같은 여자가 쓴 글이라 더 와 닿았던 것일 수도 있겠죠.

부부의 글이 하나씩 번갈아 이어지다보니, 프로젝트 중 발생한 에피소드들을 남편과 부인의 시각에서 각각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또 재미있어요. 제일 눈에 들어오는 에피소드는 역시 부부싸움. 크리스토퍼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은 하는 남자인지라, 이 프로젝트 진행 와중에도 (간단한) 아침과 (하루 전 부인이 만든 음식을 도시락에 담기만 하면 끝나는) 점심을 자신이 책임지는 것으로 '부부간 성역할 평등'을 실천하고 있었죠. 하지만 결국 빈약한 예산으로 식단을 짜고, 가장 중요한 저녁을 만들고, 특히 긴 시간이 걸리는 '몸에 좋은' 요리를 하는 일은 온전히 부인 몫이었죠. 부인은 직장에서 시달려 온 몸이 녹초가 되었는데 집에 와서 또 저녁 요리를 하느라 한시간 넘게 부엌에서 시달리며 '남편시키땜에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왜 고생은 내가 다 하냐.'며 울분을 삼키다, 결국 그날 할 요리에 모자란 재료를 사다달라는 부탁에도 쇼파에 드러누워 '나 속옷차림이라 못 나간다.'며 노닥거리던 남편에 분노하여 한바탕 하게 되지요. 그래도 이 부부싸움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요. 크리스토퍼가 부부싸움 와중 '니가 속옷차림이라 요리재료 사러 못가면 나도 속옷차림을 하겠다.'며 옷을 벗어던진 케리의 행동에 놀라, '앞으로 아내의 노동력을 이용(착취)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할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식단을 직접 짜서 부인에게 선사(?)한다던가, 복잡한 요리 중 어떤 것은 본인 스스로 적극 요리를 한다던가. 뭐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은 하는 사람이니까요. 캐리는 그의 그런 점에 반했던거고. 이들 부부들의 생활을 읽어나가다 보면, 결혼에 별 생각이 없던 저도 '아..저런 결혼생활이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더라고요.

하여튼 이 책의 본 주제로 돌아오면!! 각 프로젝트의 결론은 이래요.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한달) => 몸 축내는 지름길. 살이 빠지는 (몸이 축나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도 안 좋아지고 몸도 피곤해지고 둔해지며 정신건강도 크게 나빠짐. 스트레스 예민 불안 초초 직장에서 일상에서 생산성의 저하 음식생각만 온종일 하고 있음.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책 전체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들임.) 그래도 전 세계의, 먹을 것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정을, 또 몸에 안 좋다고 그렇게 교육하는데도 패스트푸드를 사먹다가 결국 과체중이 되는 미국 내 빈곤층의 삶을 이해하는 첫 발이나마 디디게 되었다는 것은 큰 소득. 더불어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절하게 깨달아 절대로 음식을 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짜놓고 쇼핑을 하며, 음식 구입 시 가격표를 꼼꼼하게 비교해보며 최대한 알뜰하게 쇼핑하는 습관이 들은 것도 아주 좋음.

푸드스탬프로 살아보기 (한달) => 정부에서 제시한 예시식단대로 살아보니, 이 식단을 짠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고 머리만 굴려서 짠게 분명함. 어제 먹은 요리의 남은 재료를 그 다음날에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고려는 하나도 없이 매일 새로운 요리가 이어지고, 식료품은 대용량으로 사면 살 수록 싼데 이 식단대로라면 비싼 소용량 제품을 살 수 밖에 없고, 요리가 지나치게 럭셔리해서 벼라별 양념이 다 들어가는데 그 양념들을 푸드스탬프로 다 사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요리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너무 길어서 빈곤층의 맞벌이 부부들은 건강식단을 고수하는게 거의 불가능하고 등등.

건강식단 (하루 2.5~3달러)으로 살기 (진행중인 듯) => 앞의 두 프로젝트 결과, 우리들은 식료품 쇼핑에 준 전문가가 되었고, 식단을 미리 만들어놓고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데도 아주 익숙해졌음. 그래서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외식을 최대한 피하고 지역농산물과 내집 텃밭 채소들을 적극 활용한 건강음식으로 일상을 꾸려가자는 결심을 했고, 방학 기간 (요리할 시간이 풍성한 기간)을 이용해서 건강식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음.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스러움. (하루에 섭취하는 채소와 과일 이름들이 주루룩 나오는데, 럭셔리하더만요.) 그래도 가끔 과자, 컵케익 등 달고 짭짤한 간식들은 심히 땡김.

책 말미에는 이들이 전하는, 알뜰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12가지 생활수칙이 나와 있어요.

1. 1~2주치 식단을 한꺼번에 다 짜라.

2. 쇼핑리스트를 만들고, 리스트에 있는 식품만 구입하라.

3. 식료품 저장실을 만들어라. - 밀가루, 쌀, 국수 등등..

4. 대용량으로 구입해라. - 그래야 싸다.

5. 주의 사람들과 나눠라 - 대용량 구입 물품 뿐 아니라 텃밭에서 가꾼 음식도.

6. 가격을 비교하라 - g당, ml당 가격.

7. 농산물은 1~2주 안에 먹을 수 있을 만큼만 구입하라.

8. 아무것도 버리지 마라. - 예를 들어 이들 부부는 채소 자투리를 지퍼백에 모아 냉동시켰다가 음식만들 때 꺼내 쓴다고...

9. 제철식품을 먹어라

10. 한 군데 식품점만 고집하지 마라

11. 가급적 외식은 피하고 집에서 해먹어라

12. 일주일에 하루를 택해서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 두라

읽어보면 엄청 뻔한 내용일 수도 있는데, 저걸 정말 철저하게 지키는 건, 책 한권에 걸친 이들의 프로젝트 실천기를 읽어보니 꽤 어려울 듯 해요. 특히 맞벌이 부부라서 둘 다 시간이 모자란 경우면, 식단을 미리 다 짜 놓고 긴 시간이 걸리는 전통 요리를 하고,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해먹고 외식 방지를 위해 꼬박꼬박 도시락을 싸가고 이런 것들은 정말 힘들거에요. 반면 요리하는 것 좋아하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세번째 건강 프로젝트 정도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하루 식재료값 3천원으로 살아보기..뭐 이런거. 음, 채식주의자가 아니면 풀만 그득한 식단에 고통스러울라나. 근데 한국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값이 (햄 같은 싸구려 가공육류나) 고기값보다 더 비싸지 않아요? 흠... 만약 저 보고 하라고 한다면, 매일 마시던 커피나 홍차를 더이상 마시지 못하게 되어서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아닌가..로스팅 안된 생 원두 사서 후라이팬에 볶아 먹으면 싼 값에도 원두 계속 먹을 수 있으려나.. 함 해보까 -_-?

자. 결론입니다. '아름다운 커피'같은 식품정의나 생활 속 사회시민운동에 관심이 많거나, 건강한 음식 유기농음식 기왕이면 빈곤퇴치나 지역농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에 큰 관심이 있으시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혹은 종교적 개인적 신념을 위한 식단조절에 깊은 흥미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정도 읽어봐도 좋을 책입니다. 폭넓고 심오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지만, 1달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직접 경험한 생생한 내용이 그득 담겨있는 책이니만치 상당히 흥미로우실겁니다. 다만 1달러로 먹고 산 구체적인 식단이라던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니, 그 부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끼시길.

사회운동가들이 쓴 약간은 딱딱한 글을 생각하며 살짝 겁먹고 집어들었다가, 재기발랄한 30대 교사부부가 쓴 재미있는 블로그글을 읽는 기분으로 술술 읽어치워서,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한 책입니다. 다 읽고 나니 저도 제가 매일 먹어치우는 음식의 가격을 한번 제대로 계산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Book- 2012년, 100권 책읽기 004.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 2012/02/08 21:19 by herenow

004.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

2012년 100권 읽기 프로젝트 네 번째 책이네요. 요리책을 다 읽었다고 하면 좀 이상하니, 책 리뷰 정도로 보시면 될 듯.

이 책은 '뇌세포 재구축 + 정서스윙 방지 + 돈 아끼기' 위해 길거리 / 편의점 음식을 자제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는데, 도시락을 어찌 싸야 할지 막막하여 관련 요리책을 찾다가 구입한 책입니다. 고로 제 목적은 다이어트(낮은 칼로리)가 아니라 '도시락 아이디어 얻기'에요.

이 책은 다이어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식단조절, 그 중에서도 다이어트 식단용 도시락을을 싸려는 독자들을 위한 요리책입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우선 앞의 30~40페이지 정도는 다이어트 식단에 대한 일반 지식과, 체질별 목표별 다이어트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다이어트 식단을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목표별 다이어트 프로그램, 이 부분이 좋습니다. "고도비만 다이어트(감량목표 20kg이상), 비만 다이어트 (감량목표 10~20kg), 과체중다이어트(10kg이하), 상체비만 다이어트, 하체 비만 다이어트, 저근육 비만 다이어트 (패션몸무게를 만들려는 사람들용?), 디톡스 다이어트(주말 집중다이어트), 항산화 다이어트(이건 뭐임??), 파워업 다이어트 (저칼로리 다이어트하다 빈혈 생긴 사람들의 주말특식 다이어트??)"이 소개되어 있고, 각 다이어트별로 식이요법 원칙과 추천 식단, 운동요법이 실려있습니다.

이 부분을 지나면 요리책입니다. 200kcal 미만부터 500cal까지, 칼로리별로 다이어트 도시락이 소개 되고, 그 도시락에 들어간 밥/반찬 조리법이 딸려오는 식의 구성이에요. 특징이라면 낮은 칼로리와 함께 낮은 나트륨까지 고려한 식단구성이라는 것? 각 요리별로 칼로리와 함께 나트륨함량이 나와있답니다.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정해서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이 칼로리에 딱 맞춰 도시락 싸기용으로는 최적일 듯.

다만 일반 요리책으로 평가하자면...제가 요리책을 거의 안 사는 편이라 상세한 비교는 불가하지만, 두툼한 페이지에 비하면 의외로 요리 가짓수가 많지 않고, 요리 과정도 자세한 편은 아닙니다. 또 조리 스타일이 한식 위주(?)라, 안그래도 단조로운 다이어트 식단이 더 단조로워지는데 한 몫 하기도 합니다. 음. 음식 사진들은 예쁘고 레이아웃도시원시원하지만, 요새 요리책들은 보기만 해도 황홀할 정도로 비쥬얼은 쩔잖아요..

그럼에도 제가 저자 이름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이분이 다이어트 관련해서 내신 첫 책이 국내에서는 다이어트 일기류(경험담류) 책으로 최초라고 기억하는데, 그 책에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 자체에 별 이의 없습니다. 반 정도는 저자 팬이기 때문이죠 ㅋㅋㅋ 하지만 정말 다이어트 제대로 하려고 하는데 음식을 어찌 먹어야할지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꽤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Book- 2012년, 100권 책읽기 003. <숨겨진복음서 영지주의> 2012/02/08 21:17 by herenow



003. <숨겨진복음서 영지주의>

까페에서 혼자 놀다가, 까페 책장에 있길래 '아싸!'하며 싹 다 읽어치운 책. 알고 보니 <성서 밖의 예수>라는 책으로 예전에 읽었던 (심지어 집에 책이 있는) 책이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으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하긴 이 책 읽고 나서 일레인 페이젤 교수 책으로 한국에 출간된 책은 싹 다 사 모았었죠. 하지만 다른 책들은 손이 잘 안가서 먼지만 소복...


이 책은 나그함마디문서(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성경으로 채택되지 못한, 정통기독교도들로부터 이단이라 몰려 폐기되었어야 마땅한데 누군가가 후세를 위해 잘 숨겨둔... 초기 기독교 문서들.)를 연구한 일레인 페이젤이라는 탁월한 여성종교학자가 영지주의에 대해 쓴 대중서(라지만 초반 두 편의 글은 학술지에 발표한 글인 듯.)로, 1980년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전미도서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장미의 이름, 다빈치코드,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뭐 이런 것들이 뭔가 재미있다고 생각은 되는데, 영지주의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는, 그래서 알고 싶은, 하지만 야사 수준이 아닌, '정통 종교학자가 (나그함마디 문서 번역, 연구, 영문판 출간의 직접 책임자 중 한명인 레알 학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제대로 접하고 싶은 분이라면 정말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애증(애'증'이 아니라 '애정'만 넘쳐도 되고, '증오'만 가득 차도 괜찮습니다.. 하여튼 관심이 넘치면 됨.) 이 철철 넘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입니다. 정통교리가 성립되기 이전에 (AD 200여년 이전..) 기독교가 얼마나 다양한 교리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는지 슬쩍 엿볼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이게 기독교 교리야? 흰두교/불교 아님?..-_-' 싶으실 듯..


몇년 전 처음 읽을 때는 '우와 영지주의가 이렇게 멋진(?)거구나..'하는 생각이 강했는데, 다시 읽으면서 새삼 느낀건, 현재 기독교 (카톨릭+개신교의 공통) 교리가 정말 튼실하고 견고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괜히 2000년 넘게 승승장구하는게 아니었어요-__- 그리고 <신과 나눈 이야기>같은 책들은 영지주의의 현대 대중화버전 정도로 보면 얼핏 맞다는 것도 새삼;;


대강 큰 제목별로 내용만 보면..


1. 그리스도의 부활에 관한 논란 - 역사적 사건인가, 상징인가


정통 기독교 교리는 '육체를 가지고 부활한 예수'의 교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사도들 (유다 빼고 11명)만이 이 육체를 가지고 부활하여 40일간 활동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뵈었으며 (마리아 같은 여자는 무시.), 그렇기에 사도들만이 예수님의 뜻을 이어 신성한 권위를 가질 수 있고, 후세 사람들은 절대 사도들을 능가하는 권위를 가지지 못하며 (부활한 예수도 보지 못한 것들이 무슨...) 특히 사도 중 우두머리인 베드로의 후예인 교부 (후의 교황과 교회 조직..)들'만'이 모든 기독교 세계를 좌우할 신성한 권위를 가진다...는 식으로, 교회의 유일한 정통, 적법성을 강조하는데 저 교리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는 꼭 '육체를 가지고 부활'하셨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당시 그 분을 직접 '보고 만진' 사도들 '만'이 특별해지니까.


반면 영지주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실제 사건으로 보기도 하고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기도 하고...뭐 자유롭게 해석합니다. 영지주의는 분파별로 교리가 천차만별이라 뭐라 정리하기 힘들지만, 가장 세련되고 지적이며, 그렇기에 정통교리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발렌티누스파의 교리는 특히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적으로 해석해요. 현대인들 중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흔히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되고 그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잘 살펴허 받아들여야 한다..그러잖아요? 딱 이런 식으로 성서를 읽어냅니다. (물론 여기서 훨씬 더 깊게 들어가긴 하지만 하여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도 비슷해요.


사실 정통기독교 교리들보다 영지주의 분파 중 세련된 분파들의 교리가 종교가 없는 현대인들이 보기에 훨씬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정통 기독교 교리는 당시 교부들도 그래 써놨어요. '우리도 알아. 우리가 주장하는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게. 그래서 그냥 (머리 따위 굴리지말고) 닥/치/고/믿/으/라는거야. '



2.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주교” - 유일신교의 정치학

이 단락에서는, 이쪽 세계(?)에 관심 있으시다면 다들 아실 그 내용이 나옵니다. 영지주의의 일부 분파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사실 전능한 창조주가 아니며, 유일신은 더더욱 아니다. 정말 세상을 낳은 신은 따로 있는데(하필 여성적 신임.),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 자신의 권능을 대리할 신으로 창조한 신, 조물주가 바로 정통 기독교에서 말하는 유일신이다. (영지주의 책에서는 '눈먼자들의 신' 등등으로 언급 됨.)그런데 자기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싹 까먹은 조물주는 자신이 애초부터 존재했으며 영원히 존재한다고 착각, 스스로가 전지전능하며 세상을 창조했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지금 (정통)기독교는 이 잘못된 신을 믿고 있다...(그러니 니들 신앙도 잘못 되었다..)

물론 정통기독교 교리에서는 저런 헛소리는 개소리일 뿐이며, 신은 하나고, 신을 대리하는 기독교를 대표하는 지상의 권위 또한 하나다 (바로 자신들, 교부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카톨릭의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통해 200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지요.


3.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어머니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성경속의 신에 여성성이 눈꼽만큼도 없는 이유'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원래 전 세계의 모든 신들에게는 남성성/여성성이 다 존재하건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이 세 종교가 믿는 '그' 신은 여성성이 눈꼽만큼도 없다. 하지만 기독교 성립 초기에는 사태가 이정도까지 심하지 않았다. 나름 여성적인 면도 많고...특히 이런 점은 영지주의 문서들에 도드라졌다. (원래 예수님은 세계종교의 창시자?? 중에서도 유독 남녀평등적인 발언과 행동을 많이 하신 것으로 유명하심..) 그런데 영지주의와 전투를 진행하면서 정통 기독교에서는 자신들의 신에게서 의도적으로 여성성을 제거했고, 여자들의 신앙 참여의 폭도 확확 줄여나간다. 예수님 사후 초기에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비슷한 정도로 활발한 신앙활동을 했었는데 (심지어 성사에 참여하고 예언도 하고 막 그랬...) 200년 정도 지난 후 부터는 '여자는 교회에서 입 닥치고 무조건 복종만 하라!!' 등등의, 우리가 흔히 아는 꽉 막힌 교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ㅆ..)


4. 그리스도의 수난 및 기독교도 박해

3챕터까지는 저는 거의 영지주의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는 초창기 정통기독교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일레인 페이젤 교수님도 그러셨던 듯 싶습니다. 여기서 영지주의는 상당히 비겁하게 나옴 ㅋㅋ) 이 챕터는 일부 종교학자들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대체 왜 그렇게 중요했나....와 관련된 내용이며, 초기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순전히 기독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정말 오직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잡혀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산채로 화형을 당하거나 사자밥이 되거나 황소들의 뿔에 꿰어 온 몸이 갈가리 찢겨야 했지요.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 앞에서, 기독교인들은 유다처럼 자신의 주를 부인하고 목숨을 연명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는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하며 죽을 수 있기 위해 '자신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그리고 다시 살아나신 주님..'의 이야기를 상기하고 또 상기합니다. 그들은 죽겠지만, 죽는 순간에도 신을 부인하지 않고 기독교도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육체를 가지고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순교는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바로 그 길이며 신에게 이르는 길이 될 겁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기독교도들은, 박해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차분하고 담대하게 죽어나갔지요. 그 모습을 본 로마시민들은 '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담대하게 만드는가..'하며 궁금해 하다 기독교로 개종을 하고요.


영지주의자들은 순교는 바보같다고 생각했대요. 그들은 예수님이 실제로 십자가에 못박히시지 않았다고 여기기도 하고(분신술?을 쓰셨나?), 육체적으로는 고통받으셨을지언정 영적으로는 전혀 고통받지 않으셨다고 여기기도 하고...하여튼 예수님이 '피와 살이 찢기고 육체적으로 고통받으셨다.'는 사실을 그닥 강조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예수의 뒤를 따르는 그들도 꼭 그걸 본받을 필요는 없고..따라서 순교는 멍청한 짓이죠. 대체 왜 신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그딴 식으로 버려야 한답니까. 심지어 로마 지배자들 중 소수 마저도 '기독교인 아니라고 부인하는 말 한마디만 해. (그리고 그 다음은 니들이 살고 싶은 대로 살어. 몰래 회합을 하든 말든..) 그냥 대외적으로 니들을 풀어줄 수 있는 핑계가 될만한 말 한마디만 해라. 풀어줄께. 나도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 죽이는거 싫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대체 왜 '나 죽여주소'하고 들이대는겁니까. (<명상록>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바로 기독교인들의 이런 태도 /자신의 신앙을 대놓고 과시?하는??/에 짜증을 냈다고 하더군요. ) 이런 영지주의자들에게 정통파는 당연히 분노했죠. 신실한 신앙을 지키며 죽어간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멍청'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좋은 마음을.. 반면 영지주의자들은 정통파 사람들이 멀쩡한 교인들을 순교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대요. 남들이 다 '난 기독교인이다!'고 외치고 당당하게 잡혀서 찢겨 죽어나가면서도 신을 찬양하는 평정심을 보이면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테죠. 그렇게 안 죽어도 되었을 사람들까지 같이 딸려들어가 죽는 사례가 종종 있었나봐요. 음..

하여튼 이 쳅터는 저자의 기술 태도도 그렇고, 지성적인 영지주의자들보다 피와 살로 신앙을 증거하며 죽어나간 정통기독교인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그들에게 동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정도로 큰 희생을 하며 지켜낸 소중한 신앙이었군...' 뭐 이렇게 새삼 느꼈다고나.. 기독교가 선교에 강한 이유가 있었어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아 -ㅅ-;; 그러고보면 한국 카톨릭에서도 순교자들 이야기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음..


5. 누구의 교회가 ‘진정한 교회’인가
6. 하나님의 지식: 영지


마지막 요 두 단락은 기억이 잘 안 나고, (집에 있는 책을 찾아보면 기억은 나겠지만) 현재 스코어, 너무 졸립고, 솔직히 귀찮아서;; 팻스.


하여튼!! 저자가 워낙 글을 잘 쓰시는데다가 학문적인 식견도 탁월하고, 무엇보다 다루는 내용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하다보니 (정통 기독교교리만 알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뒤통수를 망치로 펑~ 때리는 느낌일지도.. 이기적인 유전자를 처음 읽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는데 -_-a )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강추에요. 최상급 인문교양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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